“먹고 살기 힘들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40대 중반을 달리는 또래 친구들이 일구동성으로 내뱉는 소리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녀석, 자기 사업을 하는 이, 공직에 적을 둔 친구...
모두 마찬가지다.
한달 수입은 빠듯한데, 들어가야 돈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 나이가 됐으니 집은 대충 마련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은행 대출을 끼고 있어 이자 부담이 버겁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도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목을 죄여 오는 것은 교육비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과 교육은 대한 열정”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을 법하다.
필자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이 있다.
좀 더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할 욕심으로 집 부근의 공립학교에 보내지 않고 다른 학교를 택했다.
이러다 보니 얘들한테 들어가는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하지만 이 부근에서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가 자랄 적에는 "오늘은 내일보다 낫다"라는 희망이 있었다.
실제 그랬다. 경제성장율이 두자리 수에 다다를 만틈 우리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뜀박질했다.
무엇보다 그에 따른 과실(果實)이 어느 정도 골고루 돌아 갔다.
그래서 8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에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됐다. 중산층은 사회 갈등의 완충 지대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 냈다.
언제부터가는 이게 무너 졌다.
재산이란곤 대출을 낀 집 한채 달랑 가진 월급쟁이가 직장을 잃으면 몇달만에 극빈층으로 전락하게는 우리 현실이다.
이게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가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자들이 최근‘squeezed middle(쪼그라든 중산층)’을 올해의 단어로 선택했다고 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말을 “경제 위기에서 물가 상승, 임금 동결, 공공지출 감축으로 특히 영향받은 사회 계층으로, 주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중간인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에드 밀리반드 영국 노동당 당수가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사용했다.
쪼그라든 중산층은 옥스퍼드 사전 영국판과 미국판에 모두 선택됐다.
지금까지는 대개 선택이 갈렸었다.
옥스퍼드 사전의 수지 덴트 대변인은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이 말이 계속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queezed middle'이 'affluent middle(부유해진 중산층)"로 가기에는 너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중산층 누구나 다 공감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