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경. [사진=R&A 홈페이지]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고보경, 아니면 ‘리디아 고(Lydia Ko)’를 아십니까?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14)이 세계 여자아마추어골프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발표하는 아마추어 골프랭킹에 따르면 고보경은 평점 1818.87로 역시 뉴질랜드 교포인 세실리아 조(1745.28점)를 제치고 여자 아마추어 최고봉을 차지했다.
고보경은 그 덕분에 여자 골퍼로는 최초로 ‘마크 매코맥 메달’를 받는 선수가 됐다. 이 메달은 세계적 매니지먼트사 IMG를 이끌었던 고(故) 마크 매코맥 회장을 기려 남녀 아마추어 톱랭커에게 주는 상이다. 남자는 2007년부터 이 상을 시상해온 반면 여자는 지난 2월 시상제를 도입, 올해 고보경이 첫 수상자가 됐다. 내년 미국PGA 투어카드를 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도 아마추어시절인 2008년 이 상을 받았다. 올해 남자 수상자는 2011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미국의 패트릭 캔탈레이가 차지했다.
남녀 아마추어 세계 톱랭커에게 주는 상이어서 선수 개인은 물론 한국골프계에도 낭보다. 여자 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은 전세계 82개국의 3500명의 선수들이 1750개 대회에서 기록한 성적을 기초로 매주 산출된다.
5세 때 골프클럽을 잡은 고보경은 곧바로 뉴질랜드로 가 골프와 학업을 병행했다. 골프선수로서 고보경 앞에는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각종 대회에서 일찍부터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다. 8세때 뉴질랜드 아마추어대회에 최연소로 출전했고 11세때는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그해 한국에서 열린 전국체전에도 최연소로 참가했다.
12세때는 최연소로 국제대회(퀸시리키트컵)에 출전했고 13세때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 최연소 선수로 나갔다. 올해는 뉴질랜드 아마추어 스트로크플레이에서 우승했고 뉴질랜드 아마추어챔피언십마저 석권하며 세계 1위가 됐다. 8월 열린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는 스트로크플레이(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그에 앞서 1월에는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NSW오픈에서 마지막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1타차로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보경은 수상소식을 듣고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세계 톱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상을 받은 것은 그 시작이다. 무엇보다 대니 리의 뒤를 이어 수상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파인허스트스쿨 10학년(우리의 중2에 해당함)에 풀 스칼라십으로 재학중인 고보경은 한국여자골프의 뿌리와 샘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여자골프의 미래를 가늠하려면 ‘리디아 고’를 기억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