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원내 의석수가 87석 밖에 안 돼 표결처리시 캐스팅보터로 나설 수 없으면서도 반대 투쟁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고, 몸싸움 등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쪽으로 최종 당론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표결을 시도할 경우 야권으로선 (의석수가 적어)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미 FTA를 막기 위해선 표결 제지를 위한 물리력 행사 밖에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한나라당에 비해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민주당으로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처음부터 몸싸움을 염두해뒀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을 지속해 △여권의 강행처리 시도 △여야 물리적 충돌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유도, 현정권에 한미 FTA를 멍에로 씌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6·8월 국회 땐 자동차분야 등 이익균형의 붕괴를, 9·10월엔 중소기업·소상공인·농어민 등에 대한 피해보상을 각각 한미 FTA 반대의 논거로 꼽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반대 투장의 동력을 상실하자, 이달 들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 및 재협상으로 이슈를 환승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이내 재협상’안까지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결국 박희태 의장의 직권상정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그림을 끌어내고 있다.
또 손학규 대표가 이달 초 "한미 FTA 국민투표도 한 방법"이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묻자고 제의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7 대 3 정도로 한미 FTA 찬성 여론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한미 FTA 반대 논거를 쥐고 있기 보다는 여론몰이, 정국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 몸싸움으로 상황을 갈무리해 "야권은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책임회피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