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FTA 덫에 걸린 ‘절친’ 황우여-김진표

2011-11-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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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기자)‘협상파’인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양보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결국 직권상정 가능성까지 열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할 경우 정국은 극도로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이 표류하는 파국을 맞을 위기다. 이 때문에 그간 물밑대화를 벌여오던 여야 원내수장이 정국경색의 모든 책임을 떠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근 “조속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마지막 경고이자 강행처리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김진표 원내대표는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한미 FTA 문제를 다루자”고 했다. ‘예산안-한미FTA’ 분리처리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닮은 꼴 인생으로 ‘말이 통하는’ 이들의 관계가 이제는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양측 참모들의 토로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의 이들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동갑내기지만 황 원내대표는 1년 먼저 학교를 갔고, 김 원내대표는 재수를 해 학번으로는 2년차이가 난다.
 
 김 원내대표가 2005∼2006년 교육부총리로 재직할 때 당시 야당이었던 황 원내대표는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췄고, 18대 국회 전반기에도 함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국회 기독의원 모임의 멤버이기도 한 두 사람은 모두 교회 장로다. 황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폭력 추방에도 의기투합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평가할 때 항상 “제가 좋아하고, 훌륭한 분이다. 경제를 잘 알고 실력이 출중한 막강한 상대”라고 추겨세웠다. 김 원내대표도 황 원내대표를 항상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믿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한미 FTA의 덫에 빠진 이들의 관계는 냉기가 돌만큼 얼어붙어있다. 양측 다 위기다. 황 원내대표에게는 ‘너무 온건한 것 아니냐. 그간 협상해서 얻은 게 뭐냐’는 여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꼭 이루려 했는데 안타깝다”는 말을 측근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원내대표직 포기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미 FTA 비준 반대 목소리가 높은 야권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관료출신으로 FTA 조건부 찬성론을 내세우는 등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FTA 영향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비판을 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반대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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