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근 “조속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마지막 경고이자 강행처리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김진표 원내대표는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한미 FTA 문제를 다루자”고 했다. ‘예산안-한미FTA’ 분리처리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닮은 꼴 인생으로 ‘말이 통하는’ 이들의 관계가 이제는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양측 참모들의 토로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의 이들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동갑내기지만 황 원내대표는 1년 먼저 학교를 갔고, 김 원내대표는 재수를 해 학번으로는 2년차이가 난다.
김 원내대표가 2005∼2006년 교육부총리로 재직할 때 당시 야당이었던 황 원내대표는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췄고, 18대 국회 전반기에도 함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국회 기독의원 모임의 멤버이기도 한 두 사람은 모두 교회 장로다. 황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폭력 추방에도 의기투합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평가할 때 항상 “제가 좋아하고, 훌륭한 분이다. 경제를 잘 알고 실력이 출중한 막강한 상대”라고 추겨세웠다. 김 원내대표도 황 원내대표를 항상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믿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한미 FTA의 덫에 빠진 이들의 관계는 냉기가 돌만큼 얼어붙어있다. 양측 다 위기다. 황 원내대표에게는 ‘너무 온건한 것 아니냐. 그간 협상해서 얻은 게 뭐냐’는 여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꼭 이루려 했는데 안타깝다”는 말을 측근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원내대표직 포기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미 FTA 비준 반대 목소리가 높은 야권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관료출신으로 FTA 조건부 찬성론을 내세우는 등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FTA 영향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비판을 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반대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