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냐 TPP냐 기로에 선 한국 통상

2011-11-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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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일본 참여로 세계 최대 자무역지대 예고<br/>정부 “한미·한중 FTA 집중”…다자간 협상 관망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나라 안은 온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문제로 시끄럽지만, 나라 밖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열린 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TPP는 화두였다.
 
 TPP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TPP가 이른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로 급팽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TPP는 칠레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4개국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미국과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참여해 9개국이 협상중이다. 여기에 일본이 최근 참여를 공식화했고,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참여의사를 밝혔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까지 참여할 경우 TPP의 규모와 영향력은 세계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당장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3국을 묶는 ‘ASEAN+3’ FTA를 추진해 오던 중국은 미·일이 중국을 고립시키려한다며 날카로운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보다 앞서 미국과의 FTA를 추진했지만, 국회 비준의 문턱에 걸려있는 우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TPP에 일본이 참여할 경우 TPP 내 GDP(국내총생산) 비중의 91%를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일 FTA에 준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한미 FTA와 별개로 한국도 TPP에 참여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FTA는 물론 한중 FTA 등 양자간 FTA에 주력해 왔던 우리로서는 ‘양자’냐 ‘다자’냐의 선택도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단 신중론이 우세다.
 
 당장 정부가 TPP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양자간 FTA와 달리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어, 공통의 합의점을 찾아 협정이 체결되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관세철폐의 폭과 깊이도 양자간 FTA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TPP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년 이내를 공언하고 있지만 그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2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와이에서 APEC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후 “(TPP에 일본이 참여하더라도) 여러 나라가 같이하는 것이니 범위는 넓고, 깊이는 얕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현재 TPP 참여국 상당수와 이미 양자간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TPP 참여에 대한 추진동력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TPP 참여국 9개국 중 7개국과 FTA를 체결해 발효중이거나 협상을 마쳤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과는 이미 FTA가 발효됐고, 미국과는 우리 국회의 비준만 남았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FTA 협상중이다.
 
 일본이 뛰어든 자유무역협정에 함께 뛰어들 경우 손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는 지난해에만 일본으로부터 333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부품과 완성품 시장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탓에 일본이 지속적으로 제안해 오고 있는 한일 FTA에도 수년 째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무역장벽을 낮출 수 있는 TPP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두려운 일이다.
 
 일단은 한미 FTA와 한중 FTA 등 양자간 FTA에 집중하고 TPP 등 다자간 협상의 테이블에는 상황을 보면서 천천히 앉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김영무 통상교섭본부 FTA정책심의관은 “참가국이 아태 경제권 전역으로 확대되거나 지정학적, 경제 전략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TPP 참여를)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TPP에 딴죽을 걸고 있는 만큼, 한중 FTA에 속도를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와 관련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서비스업 인력을 외국에 수출하는 부분이 강점인데, 한국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비스인력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며 “서비스업에서 양보를 하고, 농업쪽의 부담을 덜면 한중 FTA도 더 유연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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