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한 명에게 접촉하는 제약사는 대략 30~40여 개사나 된다고 한다. 이를 세부 약물로 나누면, 한 약물 당 3~4개 회사들이 한 의원 또는 병원을 놓고 경쟁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사제품을 홍보해 처방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의사들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영업환경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리베이트가 다양한 뿌리의 산물이라면, 이에 대한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 매출이 곧 실적…리베이트 양성
제약업체 영업직원들은 개인 매출이 곧 그들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일부 직원은 개인 매출 목표의 50%를 넘기기도 힘겨워하고 있다.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중소제약 영업사원은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는 처방의 15~20% 정도를 리베이트 비로 책정하고 있으며 몇몇 회사들은 많으면 그 이상의 마케팅 비용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제약업계의 영업 구조상 당장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기도 한다. 의료·제약계가 뼈아픈 자기성철과 도덕성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약계에 고질적인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 해이’와 맞물리면서 ‘주는 자, 받는 자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영업행태에 있어 쌍벌제 시행 이전보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의사들은 제약업체 영업사원들과의 정상적인 만남까지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등 제약업계 영업활동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영업비를 투명화해…원천적으로 근절해야
쌍벌제 시행 뒤 제약사들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은 임상데이터나 학술적인 근거 등을 강조하는 메디컬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여전히 리베이트 근절이 완전히 이뤄지진 않고 있다.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모든 산업에는 영업비가 존재하고 있다”며 “제약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업행태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준다면 제약사도 정당하게 영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정부도 부족한 세수를 늘리고 제약회사도 늘어난 수익을 통해 연구개발(R&D)에 더욱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베이트의 완전한 근절은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서 그 근원을 차단해야 한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리베이트를 척결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이어지고 있다.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선물과 접대나 보조금 등을 제공받을 때 이러한 것들이 임상적 판단에 객관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질 경우 이를 거절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체적인 규범에 나와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인에 대한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