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
처음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건 부동산 정보업체나 부동산 홍보대행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얘기를 듣다보니 전혀 유망하지도 않은 지방 몇 군데를 홍보하며 "땅 좀 사라"는 것 아닌가.
기자가 "○○지역엔 별다른 호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동안 땅값도 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하자 "각종 지역 축제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화 건 사람도 뭔가 미심쩍었는지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다. "부동산 기자인데요." 그는 지금까지 왜 본인의 말을 들었느냐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얼마 전 기자에게 걸려온 기획부동산 전화다. 최근 친구의 시아버지도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할 뻔했다가 기자 며느리와 경찰 아들 덕에 다음날 간신히 돈을 찾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텔레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재료 뻥튀기기, 외자유치 사칭, 지분쪼개기(토지 분할매매) 등 다양한 형태로 순진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사기를 치는 업체들로, 주로 "땅값 급등이 기대된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후 맹지를 팔거나 임야를 수십~수백개로 분할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기획부동산이 아닐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전화로 투자를 부추기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엔 법정수수료보다 높은 중개수수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고, 거래사고가 발생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국토해양부는 기획부동산 사기를 막기 위해 법률에 따라 토지 분할이 수반되는 개발행위를 할 경우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개개인의 주의와 경각심에 더 책임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기획부동산에 더 관심을 갖고 좀 더 선진화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소비자 피해를 줄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