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퍼트한 볼이 홀앞 1cm지점에 멈춘다. 스트로크하는 순간 갑자기 손목이 꺾이자 볼은 홀을 외면해버린다.
골퍼라면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일이다. 그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극도의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스코어는 그 다음 문제다.
호주의 중견 프로골퍼 피터 오말리(46·사진)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3승을 올리고, 브리티시오픈에서 두 차례 톱10에 들었지만, ‘입스’(yips)에 가까운 쇼트퍼트 실패 증후군에 내내 발목을 잡혔다.
그래서 지난해 마지막 수를 썼다. 2m가 안되는 쇼트퍼트 땐 아예 눈을 감고 스트로크하는 것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그 장면을 안보겠다는 것이다. 헤드업을 안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오말리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와 인터뷰에서 “눈을 감으면 뜰 때보다 더 견실하게,과감하게 스트로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오말리는 연초 호주PGA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5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오말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퍼터헤드를 뒤로 빼기조차 어려울 정도였지만, 눈을 감아버린 지금은 퍼터헤드의 경로 등 시각적인 근심거리가 싹 사라졌다“고 좋아했다.
오말리의 퍼트법에 대해 미국 교습가 존 태터솔은 “용감한 자만이 퍼트할 때 눈을 감을 수 있다”며 “짧은 거리의 퍼트 실패 때문에 고민하는 골퍼들에겐 해법이 될 수있다“고 평가했다.그는 또 “이 방식은 자신의 스트로크를 신뢰하게 해준다”며 “스트로크가 좋은 골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의할 것은 있다. 눈을 감고도 일정 거리를 정확히 보낼 수 있는 ‘거리 컨트롤’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오말리는 13일 끝난 호주오픈에서 합계 2언더파 286타(70·66·75·75)로 공동 23위를 차지했다. 2라운드에서는 타이거 우즈에게 1타 뒤진 2위까지 치솟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