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RB) 내부에서 최근 이른바 `비둘기(dove)'로 불리는 온건파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양대 정책목표로 삼는 연준에서는 전통적으로 실업률보다는 물가에 더 집중하는 `매파(hawk)'가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해 왔으나 최근에는 양상이 뒤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찰스 에번스 이사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회의 결과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8월, 9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매파로 꼽히는 3명의 이사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 경기부양책에 잇따라 반기를 들었으나 이번에는 비둘기파가 연준의 소극적 경기대응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에번스 이사는 최근 한 연설에서도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5%라면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실업률이 9%를 상회하는 고용상황에도 이런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제3차 양적완화,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매입 등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WP는 전망했다.
도이치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려면 경제상황이 현저하게 나빠져야 할 것"이라면서 "추가 경기부양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뚜렷한 방침을 제시하지 않은 채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 경기부양이 필요한지, 추가 부양책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스스로 질문을 던질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