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측에서는 금전적인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알려진 2년간 5억엔(약 75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베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 측도 역대 최고 대우를 선언하며 이대호를 무조건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롯데가 어떤 명분과 액수로 이대호를 잡을지는 의문이다.
이대호에 대한 오릭스의 적극적인 영입 의사는 지난 9일 이미 확인됐다.
오릭스는 당시 이대호가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하자마자 일본야구기구(NPB)를 통해 신분조회에 나섰다.
신분조회는 해외 구단이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전에 의뢰하는 사전 절차로, 오릭스에서 이대호를 영입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나섰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이대호를 데려오려고 직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데일리스포츠는 11일 “오카다 감독이 한국의 거포 이대호 획득을 목표로 20일에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일은 이대호와 롯데의 협상 시한 마감일 바로 다음 날이다. 이대호와 롯데와의 열흘간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가장 먼저 교섭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릭스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2년간 5억엔(약 75억원)을 투자할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릭스가 일본 구단들 가운데 유독 이대호 잡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가 오른손 거포라는 점 때문이다.
올 시즌 오릭스는 세이브 라이온스에 승차 없이 승률 0.0001차이로 허무하게 포스트 시즌 진출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오릭스가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원인으로 첫손가락 안에 꼽는 게 바로 오른손 장거리포 부재다.
실제 오릭스의 사카구치 도모타카, 고토 미쓰타카, T-오카다를 비롯해 지금은 퇴단한 이승엽까지 주력 타자들은 모두 왼쪽에서 쳤다.
오릭스가 소속된 퍼시픽리그에는 와다 츠요시(정규시즌 16승5패·평균자책점 1.51), 스기우치 도시야(8승7패·1.94·이하 소프트뱅크), 다케다 마사루(11승12패·2.46·니혼햄), 와쿠이 히데아키(9승12패·평균자책점 2.93·세이부) 등 뛰어난 좌완 투수들이 많다.
내년 시즌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른손 타자의 영입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오릭스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로 풀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4번 타자 구리하라 겐타(29) 영입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오릭스의 오른손 장거리포 타자 보강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구리하라다.
쿠리하라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3에 홈런 17개(리그 2위), 타점 87개를 기록했다. 8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면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오릭스가 구리하라를 영입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이대호에 대한 영입 강도는 달라질 게 분명하다.
만약 오릭스가 구리하라를 영입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대호 영입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
무라야마 요시오 오릭스 구단 본부장은 “(선수 보강을 위한) 금전적인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오릭스가 이대호 쟁탈전에서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베팅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반면 이대호의 원 소속구단인 롯데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0일부터 19일까지 롯데의 우선협상 기간이지만 아직 롯데와 이대호는 아직 1차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라며 “이번 주에 만날지, 다음 주로 미뤄질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롯데의 방침은 역대 최고 대우로 이대호를 무조건 잔류시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해 이대호와 연봉 협상이 원활치 못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연봉 조정을 거쳤다.
이대호가 당시 연봉 7억원을 요구한 반면 구단은 6억3천만원을 제시했고 결국 연봉 조정을 KBO에 신청했다. 전체 액수에 비하면 크지 않은 7천만원 때문에 갈등을 빚은 것이다.
일본의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적잖은 액수를 제시할 게 분명하다. 지난해 이대호를 섭섭하게 했던 롯데가 오릭스에 맞서 시원하게 지갑을 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릭스의 적극적인 구애와 부산에서 자라 애정이 남다른 롯데 사이에서 이대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대호의 거취 문제가 스토브리그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