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취임 직후부터 금융시장 부실을 초래할 뇌관으로 꼽히던 부실 저축은행 정리 작업에 착수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6개 저축은행의 문을 닫았다.
이 와중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와 금융당국 관계자의 비리, 후순위채 피해자 보상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 스스로 “고비를 넘겼다”고 자평할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계정을 설립해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부실 금융회사를 살려 왔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별명인 ‘해결사’의 진가가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김 위원장이 속전속결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이 격랑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던 가계부채 문제도 차분히 풀어 나가고 있다.
강한 어조로 은행권에 가계대출 취급을 자제토록 권고한 결과 지난 9월 대출 증가액은 6000억원 가량에 그쳤다.
10월 들어서는 2조원 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기 전 월평균 증가액이 4조~5조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올 초부터 유럽발 금융위기를 예고하며 외환건전성 강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지난 7월 초에는 은행들에 외화자금 확보를 강도 높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고 외화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족집게 김석동’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취임 1년 이내에 당초 구상했던 중점 추진 과제의 상당 부분을 풀어낸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문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중으로 론스타에 지분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금융위가 지분매각을 명령하면서 징벌적 요소를 가미할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대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맺은 지분매매계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주면 끝날 일이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금융당국 ‘책임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해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의사결정자 가운데 한 명이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선제적 대응이 효과를 발휘해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유로존 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낙관하기는 이르다.
김 위원장도 “유럽연합(EU)이 합의안을 내놨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에 가장 주력할 부문으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환경 개선을 꼽고 있다.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로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결국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김 위원장이 이달 중순부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동하고 지방 산업단지 순방에 나서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원 시스템 개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라며 “경남과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등 전국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1년 동안 격량을 헤쳐 왔던 김 위원장이 남은 과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