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LH에 따르면 이달 현재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1차) 4곳에서 공급된 민간 공동주택용지 대부분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입지가 좋거나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 택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팔리지 않은 셈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다. 지난 6월 말 5블록과 7블록을 처음으로 민간 건설사에 공급한 원흥지구는 당시 신청자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9월 '5년 무이자 할부' 조건을 내걸고 다시 분양했다.
하지만 중소형과 중대형 주택이 섞인 각각 967가구, 1257가구 규모의 이들 택지는 결국 미분양으로 남아 수의계약으로 넘어갔다.
서울 강남지구와 서울 서초지구에 공급된 4개의 민간 택지 중에서도 2개 블록이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입지 여건은 최고지만 전용면적 85㎡를 넘는 중대형 연립 주택 용지라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이 매입한 강남지구 A6블록도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가 지난 9월에야 가까스로 주인을 찾았다.
지난 달 27일에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큰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에서 총 10개의 민간 공동주택용지 중 5개가 먼저 분양됐다. 이 가운데 주인을 찾은 것은 전용면적 60~85㎡의 중소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A22블록과 A30블록 뿐이었다. 동원개발과 대우건설이 각각 분양 받았다.
반면 중소형과 중대형을 절반씩 같이 지어야 하는 나머지 3개 블록은 모두 미분양됐다. 아직 분양되지 않은 5개 택지도 모두 중대형이라 분양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사지구의 입지 여건은 굉장히 좋은 편이고 땅값도 저렴하다"며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중대형 민간 택지는 사업성이 떨어져 건설사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건설사에게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지구 뿐 아니라 신도시와 택지지구, 산업단지 등에서도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LH를 대신해 전용면적 60~85㎡ 중소형 주택을 민간 업체에게 분양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가구당 7500만원을 지원해 공공 아파트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익이 크게 남는 사업이 아니고 보금자리주택에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문제 등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비해서는 일반 택지의 토지 가격이 비교적 비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민간 건설사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하기에는 주택 브랜드 가치나 수익성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일거리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 효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