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해설가 하일성,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 초청강연 펼쳐

2011-11-02 18:19
  • 글자크기 설정

야구해설가 하일성,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 초청강연 펼쳐

▲하일성 [사진 = KBS 제공]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2006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록한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프로야구의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한국의 대표 야구해설가 하일성을 불렀다.

삼성그룹은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삼성사장단 회의의 강사로 야구해설가인 하일성 스카이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초청했다. 하 대표는 이날 강의에서 '프로야구 600만 관중 성공 비결'을 주제로 강연했다.
하 대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된 일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영광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이승엽 선수와 김경문 감독의 '고집'을 꼽은 것이다.

당시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전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 KBO 사무총장이었던 하 대표에게 선수단에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10분간만 달라고 요청한 후 선수들 앞으로 나서서 "우리가 쿠바에게 무기력하게 지면 우리를 성원한 국민들은 '병역면제 때문에 (준결승전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만약 질 경우 병역문제가 해결된 상태라 몸 생각해 허투루 뛰었다고 여기면서) 우리는 갈채가 아닌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이건 프로로서 '자존심의 문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기자"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올림픽의 경우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미 은메달은 확보된 상황이라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병역면제가 최종 확정된 상황이다.

하 대표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결승전을 남겨놓고 있는데, 선수들 눈에 '꼭 이겨야 한다'는 동기가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승엽 선수가 선배로서 얘기한 이후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진정한 프로는 생각이 좌우하는 것이지 기술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경문 감독(현 NC다이노스 감독)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김 감독의 대표선수 선발기준은 실력이 아니었다. KBO에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알고 협력하는 자세를 지닌 선수를 뽑겠다"고 통보했다.

하 대표는 "미국과 쿠바가 워낙 강팀이라 전략을 공격과 수비, 주력 등 이른바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보다는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기로 전략을 세웠다"며 "그래서 김 감독에게 '이길 생각 하지 않고 무슨 인간성 테스트 하느냐'고 6시간 싸웠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야구 대표팀이 미국과 캐나다를 잇달아 꺾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랐고 그제서야 김 감독이 말한 헌신, 희생, 협력 의미를 알게 됐다"고 당시 김경문 감독과의 일화에 대해 회고하며 말했다.

또한 이택근 선수(LG트윈스)에 대해서 언급했다. 밤늦게 대표팀 숙소를 살피던 하 대표는 이택근이 방마다 돌면서 에어컨을 끄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유를 묻자 "국가대표로 뽑혔어도, 저는 '후보'고 팀에 별로 기여할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이거라도 해야지요. 선배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뛸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라는 답을 듣게 됐다.

당시 베이징 날씨는 너무 더워 에어컨을 안 켜고서는 잠을 자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어컨을 밤새 켜놓으면 다음날 몸이 무거워진다는 것이 당시 상황에 대한 하 대표의 설명이다.

하 대표는 "사실 (이택근에게)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며 "김 감독이 왜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아는 선수를 뽑겠다고 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고 털어놨다.

하 대표는 김연아 선수도 진정한 프로라고 인정했다. 과거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한 김연아 선수에게 한 기자가 "아사다 마오는 새로운 기술은 익혀서 나온다고 하는데 대비가 돼 있냐?"고 묻자 김연아는 "나는 여기에 아사다 마오랑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연습한 것을 4분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당시 나이로 18세 소녀답지 않게 당차게 답했다.

하 대표는 이에 대해 "과거 국가대표 선수 인터뷰를 하면 하나같이 '죽을 각오로 싸우고 돌아오겠습니다'는 대답이 많았다"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보니 젊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것을 경기에서 풀어놓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겨야 할 대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프로는 패배로부터 배우고, 같은 실수나 패배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하 대표 강연이 기업 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삼성 사장단이 이날 강의를 듣고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도 헌신과 봉사의 정신이 승패를 가르는 주요 전력임을 듣고,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고 하 대표의 강연을 들은 소감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