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다만 오늘날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인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평화를 위한 종교 간 기도 모임을 개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도교, 일본 신도, 불교 등 전세계 종교 지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교황은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이 점에 대해 큰 수치심을 갖고 인정한다. 이는 분명히 기독교 신앙의 남용이며 기독교의 진정한 성격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다.
교황이 십자군 전쟁이나 포교 명목으로 신세계에서 벌인 폭력에 대해 사과한 것은 흔치 않다. 고(故) 요한 바오로 2세만이 지난 2000년 기독교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이번 종교 간 모임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6년 주도한 종교인 평화 모임 25주년을 맞아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열렸다.
'평화의 기도’로 유명한 12세기 성인 프란체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평화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자리에서 캬이 하지 하심 무자디 국제이슬람학자협회 회장은“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 겉으로는 종교적이지만 실은 정치·경제·문화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종교 지도자 모임에는 또 ‘비(非)신자’라는 타이틀 아래 불가지론자 4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이들에 대해 “전세계에서 신앙은 없지만 진리를 희구하면서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 초대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