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7일 분석기사를 통해 중국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이후 대 리비아 전략과 입장을 미묘하게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중국 외교부의 아프리카 담당부서인 아프리카사(司)의 루사예(盧沙野) 사장은 최근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리비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독재 체제를 지지해왔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루 사장은 “서방은 지금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와 튀니지의 벤 알리 등 이전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지난 20~30년간 서방의 굳건한 동맹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카다피는 중국의 친구였던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는 여러 서방 지도자들의 손님이었다”고 강조했다.
루 사장의 인터뷰 내용은 카다피가 숨진 뒤 이틀 뒤에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린 것으로, 중국 관리가 카다피와 중국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은 루 사장의 발언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중국 외교부는 카다피가 죽은 뒤 리비아에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고 선언했으며 중국 본토 언론들도 ‘중동의 미치광이’가 최후를 맞았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으며 카다피의 시신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이에 대해 호주 시드니대의 중국 전문가인 존 리는 중국이 리비아 반군과의 애매한 관계 때문에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서 자국의 사업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중국은 역사를 바꾸고 ‘카다피 체제의 강력한 지원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다”며 루 사장의 발언은 “카다피 체제와 거리를 두기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두 번째로 원하는 것은 리비아 내 석유계약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매우 빨리 태도를 바꿈으로써 혹시 리비아 내 사업에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리비아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두고 중국이 점차 외교 문제에서 실용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을 바꿀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서는 리비아 재건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중동연구실의 리웨이젠(李偉建) 주임은 “서방이 사담 후세인이 몰락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전쟁 이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향후 리비아에서의 중국의 위치가 사담 후세인 사후 이라크에서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중동연구협회의 샤오셴(蕭憲) 부회장은 향후 리비아 정부는 이성적일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