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시민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고 인권 감시의 파수꾼이 되자’는 취지 아래 지난 1994년 9월10일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각계 지도급 인사 200여명이 창립했다.
창립 구성원으로는 박원순 변호사 이외에 김중배 전 한겨레신문 사장과 홍성우 변호사, 오재식 전 월드비전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진보진영 주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창립 당시 의정감시센터·사법감시센터·공익소송센터·내부고발자지원센터·인권센터·사회복지특별위원회 등의 조직을 두고 국민연금 가입자 권한 확대, 최저생계 보장,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등을 뼈대로 한 국민 생활 최저선 운동에 나섰다.
이후 변호사법 개정안 마련 등 사법개혁운동을 비롯해 부패방지법안 발표, 소액주주 운동, 예산 감시 정보공개청구 운동, 이동통신요금 인하 운동, 평화캠페인 등 기업과 정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 권리를 찾는 활동을 각 분야에서 벌여 왔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사태 발생 이후 민관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참여연대는 이의를 제기하는 공개서한과 반박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검사 출신으로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등을 거쳐 참여연대 창립에 동참한 박 변호사는 1994~2002년 사무처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16대 총선이 열린 지난 2000년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 400여개 시민사회로 이뤄진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부적절한 후보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이끌면서 참여연대를 대중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했다.
그간 “박 변호사의 출마와 우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온 참여연대는 박 변호사의 당선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다.
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 등 일부 정치권이 참여연대를 두고 ‘기업을 협박해 아름다운재단 기부금을 뜯어낸 단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한 탓에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일일이 해명할 가치도 없는 의혹 제기로 참여연대의 존재가 부정적으로 알려졌다”면서 “선거 결과에 대해 참여연대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겠지만 개인적으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서울시정의 전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향후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활동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민사회 안팎에서 나온다.
다만 박 변호사가 ‘시민사회 인사’에서 시장이라는 공직자로 위치가 바뀐 만큼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27일 “박 변호사가 참여연대 출신이라도 권력 감시라는 시민단체의 고유 역할은 변하지 않으며 참여연대 출신 박 시장이 이제 참여연대의 감시를 받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