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올해 8월까지 수출한 3688억3500만 달러 가운데 중국(879억6000만 달러) 비율이 22.8%로 가장 높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런 추세는 제조원가 상승 등 국내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의 환경규제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금까지 인도는 50만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보팔 참사' 등 대형 화학 사고에도 비교적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법부를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 中 로하스 제도
중국은 다음달부터 6대 유해물질을 규제하는 로하스(RoHS) 제도의 시행세칙을 발표한다. 이 규정은 유럽 기준보다 강화된 것으로 중국 내 공인기관을 통해서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외견상 자발적 인증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 취득 제품에 한해 폐제품처리비용 20%를 감면해주거나 정부 구매 입찰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5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인증이 의무화된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인증기관의 결과만 인정하겠다는 것.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출시전 제품을 현지 인증기관에 보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의 전략이 노출되거나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인증 취득을 위한 비용과 절차, 기간 등으로 납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국내 전자업체들이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LG 등 국내업체의 전자제품 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33.5%에 달한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이번 규제는 이들 기업에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로하스 인증과 관련된 작업을 자체적으로 인가한 기관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인증취득을 위한 비용과 절차, 기간과 정보제공 부담이 매우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中 진출기업 전방위 압박
중국은 최근 원유유출 사고와 화학공장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12·5개년 계획에서 '환경보호, 안전관리 강화, 에너지 절약 강화'가 최대 사안으로 꼽혔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이러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꾸준히 환경경영 체제를 강화해 왔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보호를 위한 시설투자와 환경기준을 자체적으로 세워 운영하고 있다"며 "안전보건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위험도가 높은 활동이나 설비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국제 환경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자체적으로 전담반을 꾸려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 환경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도 특별팀을 구성해 중장기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지 정착에 성공한 기업들도 환경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호타이어는 과거 세제 및 부지 지원을 받으며 중국으로 진출했으나 산업·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정부로부터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아직 이전 부지도 선정하지 못했으며 공장 건설 등에 시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는 난징공장을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요구했지만, 난징시는 주거환경 개선 및 친환경 사업에 따른 즉각적인 이전을 주장하고 있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인도 사법부, 환경규제 강화
인도 역시 유럽 수준의 환경 규제를 2012년 5월부터 시행하기로 하는 등 환경 규제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도의 환경 규제 특징은 행정부보다 사법부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1995년 무연 연료 강제사용 지침, 1998년 공공 교통 수단에서 천연가스(CNG) 사용 강제 등과 같은 정책이 시행됐다.
또 해외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공장 건설을 둘러싼 분쟁의 경우도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를 모두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기업 가운데 포스코가 직접 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이런 흐름 때문에 포스코 인도 일관제철소는 6년째 답보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등 개도국의 환경기준의 지속적 강화와 함께 규제 대상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수출기업에는 제품 생산 및 행정비용이 가중되는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