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철 건설부동산부 기자 |
서울에서 5시간 가량 달려 차에서 내리니, 강한 바닷바람이 찌뿌둥한 몸을 흔들어 깨웠다.
대한민국 영토 최남단에 위치한 땅끝마을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기념비가 위치한 전망대에 올라섰다. 전방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쾌청한 날 운이 좋으면 제주도도 보인단다.
아래로 내려오니 건어물을 파는 노점상들과 슈퍼들이 늘어서 있었고, 관광객들과 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좀 더 벗어나 송지면 일대를 둘러보니 수많은 주택들과 민박업소가 얽혀 있었다.
이곳의 풍경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받치고 있는 땅끝마을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면 이 같은 옹기종기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해남군은 지난해 땅끝마을 일대를 종합관광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군은 2020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땅끝마을 4개 구역에 미니어쳐랜드, 다목적 광장 및 공연장, 테마파크, 골프장, 리조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체계적 관리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람냄새 나던 한적한 시골마을이 사라져버리게 될까봐 우려된다.
아니,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계획만 잡아놓고 주민들은 내몬 채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개발계획만 세워놓은 채 토지보상, 사업자금 문제 등으로 정체를 겪고 있는 곳들이 한둘이 아니다. 해남과 가까운 영암 일대 대규모 레저도시도 F1경주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 등은 도시정비사업 시 철거 위주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특성을 유지하는 ‘소규모 맞춤개발’ 방식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방식을 일부 대도시 주택밀집지역에만 아니라, 땅끝마을 같은 관광지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사업비와 개발 잡음을 줄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