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러하다. 대기업 협력업체로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언론 인터뷰나 기업설명회에서 자칫 말 실수를 할 경우, 삼성이나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 대리들이 바로 전화를 한단다.
전화통화의 운은 "사장님, 요즘 한가하신가 봅니다"로 떼어진다. 즉 '협박전화'다.
대기업 대리와 중소기업 사장의 '주종관계(?)'가 뚜렷하다 보니 대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섣불리 언론이나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 알리기에 나설 수 없다.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해놓고도 기업탐방도 'NO', 기업설명회도 'No'를 외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래가지고서야 투자자들이 회사의 존재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이러다 보니 코스닥시장이 엉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위 간부의 설명이다.
바야흐로 '상생경영' 시대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생발전과 상생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은 어느 수준까지 개선되고 있을까.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 인식에 대해 '변화가 없다'고 대답한 기업이 60.4%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에 '체감하지 못한다'고 대답했고, 납품단가 현실화에 대해서는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악화됐다'는 응답이 '개선됐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의 체감 없는 '상생경영'은 단순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대리를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관계가 완성되어야 정부의 상생경영도 빛을 발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근대적인 주종관계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현실적인 재정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