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리섬 모습. 상주보 상류 1km 지점에 위치한 이 섬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영남 문화권의 중심인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의 함백산에서 시작해 경상남·북도를 두루 돌아 부산 다대포 앞바다로 흘러간다. 낙동강이라는 명칭은 고령 가야의 땅인 상주의 동쪽을 흐르는 강을 의미한다.
과거 아름답고 늘 푸른 강물이 출렁이던 낙동강이었지만 주변 지역이 개발된 이후에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갈수기에는 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말랐으며, 강변 비닐하우스와 농경지 등에서 쏟아지는 농약, 비료, 쓰레기 등으로 신음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상처 입었던 낙동강에 새로운 활력이 샘솟고 있다. 수질을 악화시켰던 비닐하우스와 쓰레기 등을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또 인위적이고 직선화된 하천형태에서 벗어나 자연 형태 그대로의 하천을 따라 강물이 흘러가게 됐다. 강 주위에는 새로운 나무가 심어졌다.
주변 지역은 고유 문화제와 연계된 관광 명소로 탈바꿈해 지역 경제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낙동강 유채축제, 10월 하순의 억만송이 구미 낙동강 국화축제, 강서 낙동강 갈대꽃 축제, 낙동강 하구 갈대 축제 등이 낙동강과 연계된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품들이다.
공사 중인 창녕합천보. 1억4000만년 전에 형성된 우포늪을 상징하는 따오기를 형상화했다. |
◆ 아름다운 낙동강 8개 보
4대강에 설치되는 보(洑)는 모두 16개다. 이중 8개가 낙동강에 설치된다. 4대강 중 맏형다운 규모다.
자전거 천국인 경상북도 상주시에는 상주보가 세워졌다. 수문을 들어올리는 권양기가 설치돼 있는 상주보의 권양대는 독특한 원형 구조물이 얹어져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주시가 자전거 천국인 점을 감안해 보의 기중에 자전거를 새겨 넣은 것도 눈길을 끈다.
상주보 상류 우안으로는 경천숲이 펼쳐지는데, 금강송 군락지와 조경수가 벌써 짙푸르게 뿌리를 내렸다. 상주보 하류에도 2㎞ 정도의 둔치를 따라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조성된다.
상주시에 상주보와 함께 세워진 낙단보는 불교 문화를 특화시켰다. 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가을 마애불상이 발견되면서 보 구조물 이외의 설계가 모두 바꼈다. 수변 공간도 불교 문화로 특화된다. 인근 명승지인 관수루의 처마를 그대로 모방한 낙단보 인근에는 초화원 스포츠 공원 등 4곳의 수변공간이 갖춰질 예정이다.
구미시 구미보의 가장 큰 특징은 엘리베이터 전망대다. 거북이 형상의 중앙 권양대는 전망대를 설치해 360도 모든 방향으로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곳에 올라가면 구미시 해평습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공도교 좌안 둔치에서 상류 쪽으로는 제방 자전거길과 둔치공원이 펼쳐진다
칠곡군 왜관읍의 칠곡보는 신라 때 도참사상에 따라 땅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이 지역 가산바위에 묻혔다는 철우(鐵牛) 이야기를 테마로 설계했다. 칠곡보 좌안 끝 둔치에는 30여 만 평 규모의 둔치공원 예정지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둔치공원이 끝나는 곳에는 왜관 전투를 기념하는 전적기념관이 있어 수변공간 일대가 호국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될 예정이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에 걸쳐 세워지는 강정고령보. 고대 후기가야 시대의 중심이었던 지역 특성을 살려 디자인됐다. |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에 걸쳐 세워지는 강정고령보는 고대 후기가야 시대의 중심이었던 지역 특성을 살려 디자인됐다. 보 기둥은 옛날 전함 모양을, 우안 고정보 구간은 악성 우륵의 가야금을 상징화했다. 실제로 계단형 구조물을 내려오는 물소리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다른 음이 들리도록 설계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에 걸쳐 세워지는 두 번째 보인 달성보는 항해를 시작하는 크루즈선를 형상화하고 있다. 새로운 강길을 타고 멀리 뻗어나가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창녕합천보는 1억4000만년 전에 형성된 우포늪을 상징하는 따오기를 형상화했다. 창녕합천보 좌안 하류 등림리 수변공간에는 자전거길과 산책로도 들어선다. 낙동강의 마지막 보인 함안창녕보는 고대 가야국이 번성했던 곳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낙동강을 품은 큰 고니 날개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 지역 명소로 태어난 12경
낙동강 살리기 사업 22공구 다람재에서 바라본 도동서원. |
낙동강은 긴 거리 만큼이나 강을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경치를 많이 품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명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낙동강과 주변 지역의 경관도 되살렸다. 낙동강에 조성된 12경이 대표적이다.
낙동강 1경은 을숙도다. 낙동강 하구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는 이 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철새도래지다. 오봉산 임경대와 증산성에서 바라보는 갈대숲은 2경이다. 임경대에서 보는 갈대숲의 흔들림은 장관이며 5월에는 22.2㎞에 이르는 유채꽃길도 만들어 진다.
3경은 밀양 삼랑진 하중도의 물억새 군락과 야생초화원이다. 삼랑진읍은 밀양, 양산, 김해 세 지역이 접경을 이루는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딸기 재배지며, 가야 시대에는 화물을 보관하는 전초기지로 이용됐을 만큼 일찍이 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다.
4경은 창녕군에 위치한 화왕산 갈대밭이다. 낙동강 하구지역에 불쑥 솟아 있는 화왕산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활약한 곳이기도 했다. 5경은 우포늪이다. 이 곳은 약 1억4000만년 전 한반도가 생성되던 시기에 형성된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다.
6경은 강정·고령보와 달성습지가 중심이다. 옛나루터가 복원되고 주변에 버드나무숲과 창포 군락지가 형성된다. 칠곡보와 주변의 호국의 다리는 7경이다.
이밖에 구미보와 흑두루미 서식지, 낙동나루터, 상주보와 억새숲, 예천군 삼강주막과 회화나무, 안동시의 하회마을과 부용대 등이 낙동강 주면의 명소로 꾸며진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 |
낙동강에는 743㎞ 길이의 자전거길도 올해 말까지 조성된다. 낙동강변 자전거길은 안동댐에서 낙동강 8개 보를 따라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특히 경북 안동과 상주를 지나며 천하절경을 보여준다.
경북 내륙 곳곳을 적시는 낙동강의 완만한 물길은 강 우안에 하얀 백사장을, 물길이 굽이치는 좌안에 깎아지는 듯한 기암절벽을 만나 빼어난 경관을 선사한다. 전국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자전거 천국으로 자리매김한 상주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자전거박물관, 자전거나라 이야기촌 등 자전거 관련 테마시설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