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난 8월 국회 공청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영역 침해 등을 이유로 허 회장을 질타했다. 말 그대로 재벌 총수들의 '국회 수난기'다. 혹자는 이를 두고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삼성·현대·LG 등 국내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재벌들이 해외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뇌물·탈세 등 비윤리적 경영활동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은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해외 순방시 "해외에 나와보니 기업이 곧 나라"라며 대기업을 치켜세웠다.또 대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호질기의(護疾忌醫)'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신(周敦臣)이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아, 마치 병을 감싸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국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새겨듣고. 비판과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재벌 총수들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은 사회가 자신에게 준 기회다. 결코 성공을 '사유화'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들이 성공의 사유화를 멈추지 않으면 재벌 총수들이 국회에 불려나가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