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국내증시에 주식선물·옵션을 도입할 당시 한 외국 전문가의 이 반문에 모든 걱정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처음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투자자 참여률에 걱정이 많다는 김 위원장의 고민에 경마장이 잘되는 곳이라면 주식 선물·옵션시장도 반드시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조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경마장과 주식선물·옵션시장은 무슨 관계일까. 두 곳 모두 ‘베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같다. 이른바 ‘대박’이거나 ‘쪽박’이 양립하는 특성을 지닌 시장인 셈이다.
주식선물·옵션시장은 원래 현물시장에서의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개설됐다. 갑작스런 증시 변동성을 대비해 마련해 놓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이를 감안하면 증시 변동성이 클 때는 주식선물·옵션투자가 위축되는 게 상식적이다. 증시 등락을 점치기 어려운 시기엔 되도록 투자를 줄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투자자금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주식선물·옵션시장은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8월부터 9월 두달간 옵션 거래대금은 일평균 2조원을 상회했다.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6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9.11 테러 이후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지수가 급락했다가 반등한 탓에 ‘대박’ 확률보다 손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돈 되는 구간(ITM)에서 멀리 떨어진 종목이 적어 옵션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옵션 현재가(옵션 행사가격 기준)와 행사가가 같은 등가격(ATM) 기준에서 3배 가량 비싸져 수익을 내도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얼마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