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기, 리먼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2011-10-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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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유로존 위기가 확산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 영향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이어 채권 순투자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2008년 리먼 사태와 비교하여 이미 위기의 심각성이 리먼 사태 때를 넘어섰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와는 외국인 투자 동향이 분명히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7조2385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에도 9월과 10월 두 달간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은 지난 달 채권시장에서도 순투자가 마이너스 25억원으로 감소로 전환했다.

하지만 만기상환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로 사고 판 채권 규모는 8월과 9월 3조8000억원, 2조3000억원씩 순매수를 이어갔다. 4조원이 넘는 채권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던 2008년 10월 상황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외국인 채권보유액도 8월 5000억원, 9월 4000억원씩 늘었다. 리먼 당시에는 두 달간 채권보유액이 6조원 넘게 감소한 바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황은 분명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화유동성 위기, 2003년 복합신용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지난 2008년과 유사한 패턴으로 갈 것이란 우려가 많지만 외화 유동성이 양호하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2011년 8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008년 9월(2391억달러) 대비 27.56% 증가한 3050억달러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외환보유액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지만 현재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8년 9월 당시 한국 경상수지는 5개월 연속 적자(71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달러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커져 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6억달러(1~7월)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2009년 2월 이후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실의 주체와 대응 여력, 거래상대방 위험 정도도 역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때와 다르다. 리먼 사태 때는 미국 은행들의 파생상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부실범위·규모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재정위기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서서히 다가오면서 어느 정도 대비하고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응 여력도 갖추고 있는 수준"이라며 "반면 리먼 사태 때는 부실의 규모나 정황도 모른 채 한순간 당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외국인 이탈이 리먼 사태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먼 당시에는 만기상환을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투자 개념이 없어 비교할 수치가 없다"면서도 "외국인이 들고 있는 채권이 85조원이 넘는데 순투자가 25억원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기거래인 환매조건부채권(RP)까지 포함한 외국인 채권보유액은 오히려 플러스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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