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선택과 집중’에 따라 당분간 좋은 실적을 이어가더라도 애플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상반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에 남아도는‘현금’을 어떻게 처리할 지 여부도 주가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마감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잡스 사망 소식 이후 애플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해 2% 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애플이 선구자를 잃었지만, 주가에 직접적인 악재 요인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데이비드 롤페 리버파크·웨지우드 펀드 매니저는 “잡스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워왔음을 감안하면 잡스의 사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애플은 이미 스티브 잡스 CEO체제에서 팀쿡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잡스의 사망이 애플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그러나 애플의 실제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애플이 앞으로도 치열한 IT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아이폰4S에 대한 실망감을 극복하고 구글의 신규 스마트폰, 아마존의 태블릿PC, 40달러짜리 인도 태블릿PC 등을 뛰어넘는 놀라운 신제품을 출시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애플이 자체적으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달 13일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주당 2.4%의 주주 배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통해 전해졌다.
성장성에 자신이 있다면 애플이 굳이 배당을 하지 않고도 혁신적인 제품고안을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애플이 배당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체적으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MS는 지난 2003년 1월 주식 2대1 액면분할 후 주당 8센트를 나눠주는 배당을 결정했다. 주주가치 환원차원이었지만 당시 시장은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해석했다. 주가도 빠졌다. 발표 당일 100센트 가까이 빠졌고, 다음달 액면분할 직전까지 8달러 가량 더 떨어졌다.
서 연구원은 “배당 이후 MS주가는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애플은 시설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특수한’ 생산구조이기 때문에 배당금 지급 관련 해석은 기우(杞憂)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플은 삼성전자·소니 등과 달리 주요 부품의 생산을 하청하는 구조로 돼 있어 시설 유지비가 적게 들어 이익창출 효율이 높다”며 “배당과 투자 확대를 동시에 집행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