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으로 2년 가까이 현업을 떠난 이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가장 먼저 찾은 사내 행사가 지난해 5월 1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이다. 반도체사업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사실 반도체 사업은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마지막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토대는 이 회장이 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사업 진출의 최종 결단을 내리고 이를 추진한 인물은 이건희 당시 부회장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진출은 실패할 경우 그룹 자체가 쓰러질 수 있어 모든 이가 반대했다”며 “그러나 이건희 회장만은 반도체 사업이 세계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을 예측하고 과감하게 투자, 오늘날의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게다가 비서실에서는 한국 반도체가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한국반도체의 인수가 쉽지 않음을 안 이 회장이 적극 추진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IBM이 일찍부터 자체 수요의 반도체를 자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 것이다. 인수가 결정된 이후 이 회장은 기술자를 스카우트하고 자료를 입수하는 일을 앞장서서 맡았다.
당시 중앙일보 이사로 있던 이 회장은 반도체에 관심이 많았다. 도시바, NEC, 샤프, 세이코 등의 생산공장을 둘러보면서 일본 전자공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또 홀로 떠난 세계여행을 통해 반도체 관련 인사들을 만나고 공장을 방문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시 외국의 반도체업체와 학자를 만나며 공부할 때의 메모 노트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변치 않고 있다. 그는 요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17일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 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삼성에도 기회가 오고 우리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8월 11일 반도체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D램의 뒤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메모리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시장 리더십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