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조세영 동북아국장은 이날 오전 가네하라 노부카츠(兼原信克)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양자협의 개최를 제안하는 구상서를 전달했다고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밝혔다.
외교부는 구상서에서 “군대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동(同) 협정 제3조에 따라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네하라 공사는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안은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며, 이에 실패했을 때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는 분쟁해결 절차를 담은 청구권 협정 3조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같은 반(反)인륜적 범죄행위는 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원폭 피해자 문제 역시 협정 당시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안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외교부가 전날 개최한 법률 자문단 회의에서도 “협정 당시에는 일본의 불법 행위에 대한 보상 논의는 없었고 사무적인 채권 문제만 해결한다고 했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국장 등은 이날 오후 위안부 피해자 등과 외교부에서 만나 정부의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이른 시일 내에 양자협의가 이뤄지고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있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일단 협의 제안 단계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협의 수용을 촉구하거나 시간ㆍ장소를 특정해 협의 개최를 다시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이 협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수위를 높여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구성을 일본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교부 동북아국과 국제법률국 관계자들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경우 중재위 구성을 제안하는 등 세게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