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외환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제2의 금융위기로 전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달러당 20.70원 오른 채 출발한 개장 초만 하더라도 상승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장 마감 전인 오후 2시께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시장은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결국 이날 환율은 30원 이상 급등한 1107.8원에 마감했다.
추석 연휴 기간 유로존 중 그리스의 부도위기가 불거진 점은 이날 환율 급등의 잠재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 그리스 5년물 국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비용인 프리미엄은 5년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98%로 예상한 수준에서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독일이 그리스의 부도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진화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물론 독일 총리까지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개장 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ㆍ원 1개월물이 연휴 기간 25원 넘게 폭등하면서 역외에서 공격적인 달러 매수세가 유입된 점도 이날 원화값 폭락 원인으로 분석됐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환율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추가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차 마지노선으로는 1113원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외환딜러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유로존 국채 만기가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원·달러 환율은 11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주말에 있는 유럽연합과 미국 재무장관 회의 결과도 이번주 환율 변동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