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는 리먼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은 상태고, 미국에서는 실물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로화를 도입하며 세계 유일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했던 유럽연합(EU)도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들의 회원탈퇴까지 거론된 바 있다.
특히 13일(현지시간) 그리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디폴트 가능성이 커져, 세계경제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아닌 ‘현실’ 될지도
현재 유로존에서는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주채권국인 독일이 그리스를 지원하고 중국이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인다면 디폴트를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그리스 디폴트를 염두해두고 자국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이 금융시장에서 나도는 등 비관론이 거세지고 있다.
또 독일 보수 정치인들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가 유로존 붕괴를 의미하는 만큼,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도미노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76%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도 사상 최고인 24%대로 올라섰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 그리스 5년물 국채의 디폴트 대비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지지부진하고 유로존 국가들의 지원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G20 재무장관회의서 뾰족한 대책 나올까
이에 따라 오는 22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23일에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날인 22일에 세계 거시경제에 대한 정책공조를 논의하는 자리를 추가하기로 긴급 결정됐다.
하지만 리먼 사태때와는 달리 이번에 G20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특별한 카드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위기때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지만, 이제는 재정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G20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책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가 임박해서 코뮈니케가 도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10월 파리 G20 재무장관·총재회의, 11월 칸 정상회의 등 여러 일정이 남아있다는 측면에서 최종 합의안은 정상회의 임박해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도 채무위기를 겪는 EU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국제사회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