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제개편> 근로자는 있고 자영업자는 없다?

2011-09-07 16:55
  • 글자크기 설정

서민 중산층 지원 방안, 뚜껑 열어보니…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정부가 서민·중산층 생활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근로장려세제(EITC)적용과 택시사업자 부가세 감면제도 등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세제개편안은 있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개편안은 없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실효성 논란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중산층 세제지원, 어떤 내용 담았나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근로장려세제(EITC)적용 대상 확대다. EITC는 근로빈곤층의 ‘일하는 복지’를 위해 마련했던 것으로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의 형태로 지급한다.

현재 연소득(부부합산) 1700만원 미만일 때만 최대 12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됐지만, 내년부터는 무자녀가구도 총소득 1300만원 미만일 경우 최대 60만원까지 근로장려금이 지급된다.

일몰기한이 됐더라도 서민·중산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기한을 연장했다.

회사택시 사업자에 대한 부가세 감면제도는 오는 2013년말까지 2년 더 연장된다. 택시업계가 대중교통 심야운행, 대리운전 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유아용 의류, 스낵과자 등 서민물가와 밀접한 품목의 기본관세율은 인하했다. 독과점 품목(26개), 서민밀접품목(7개), 장기할당관세 적용 품목(7개) 등으로 분류해 관세율을 평균 3.9%포인트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울러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제도의 적용기한도 오는 2014년말까지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 영세상인 보호 못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의 얼개는 서민·중산층에 맞춰져 있지만, 일부에서는 영세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제도 개편’에서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 공제율 20%를 그대로 적용하고, 직불(체크)·선불카드의 경우 현행 25%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사용분의 3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전통시장 영세사업자들은 이 같은 정부의 조치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카드단말기를 갖춘 업체도 많지 않은데다, 단말기가 있어도 수수료 부담은 영세상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40·남)씨는 “왠만큼 규모가 되는 상점이나 카드단말기를 갖췄다”며 “전통시장에서 카드 사용을 장려한다고 해도 당장 소규모 가게까지 단말기를 갖추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카드 사용이 확대되면 그만큼 상인들이 지출해야 하는 수수료도 증가하는 점도 문제다.

김씨는“우리 같은 상인들 입장에서는 카드로 결제하는 손님이 부담스럽다”며 “서비스 차원에서 카드를 받는 것이지 수수료는 그대로 상인이 떠안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개정안이 자금유통이 원활해야 하는 전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카드로 결제를 하면 내달에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품을 도매처에서 구입할 때 바로 대금을 마련할 수 없어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2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한다는 박 모(45·남)씨는 “상인들은 대부분 매일 소량으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신용카드 소득공제만 장려하다보면 현금 사용량은 당연히 줄어 자금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 중에는 신용카드보다는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을 반기는 이들이 많았다. 은행에 가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해도 바로 현금으로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씨는 “카드사용 활성화로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것보다 온누리상품권을 몇 배 더 시중에 푸는 것이 우리한테도 좋고, 손님들도 전통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반영하지 않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간이과세자의 경우 부가가치율이 소매업이 20%, 음식·숙박업이 40% 수준인데, 이를 2013년 12월 31일까지 2년 더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간이과세자로 분류되면 세금계산서 발행의무 등이 면제된다. 또 일반과세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내는 것과 달리 업종별로 정해진 1.5~4%의 ‘낮은’ 간이과세율을 적용해 부가세를 납부하면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 매출 4000만원인 식당 주인이 연간 40만 원정도 세 경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배려에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간이과세자로 분류하는 기준 금액(연 4800만 원)이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정책개발국 관계자는 “1999년에 4800만원으로 정해진 뒤 10년이 넘었는데도 그대로다”며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기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가 1999년도에는 82.991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16.3에 이어 올 8월에는 122.5까지 올랐다.

중앙회 관계자는 “4800만원이라는 기준 때문에 대다수의 영세사업자들이 실제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간이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영세업체를 위하는 길이라면 기준금액을 8000만원 정도로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