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인 재정불안은 여전히 금융시장을 위협하면서 코스피는 1,700대를 맴돌고 있다.
가계부채와 물가, 대외적 불안 등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요인과 동결해야 하는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빚 평균 5천만원..금리는 올라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빚은 876조3천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9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를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전체 가구 수(1천737만9천667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5천42만989원씩 빚을 진 것으로 계산된다. 추계 인구 수(4천898만8천833명)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천788만7천750원이 된다.
한 가구가 연간 내는 이자는 100만원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집계한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올해 2분기 8만6천256원으로 이를 연간을 환산하면 한 가구가 한 해에 내는 이자는 103만5천72원에 달했다.
또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빚이 가계자금 비수기인 8월치고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약 6조원 증가했다,여기에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가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5.83%로 2009년 2월 5.9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연 5.46%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 5.08%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의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신탁대출금리는 연 6.05%로 전월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저축률 3.5%..OECD ‘바닥’불어나는 빚과 높은 물가 부담 속에서 가계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통계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 전망은 3.5%로 24개 국가 중 2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가계 저축률이 낮은 국가는 덴마크 -1.4%, 체코 1.8%, 핀란드 2.3% 등 세 나라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2008년 2.9%에서 2009년 4.6%로 올라섰으나 2010년 4.3%, 2011년 3.5%로 다시 내려갔다. 2005년 7.2%에서 불과 6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OECD는 예상했다.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올해 미국의 가계 저축률 전망은 9.9%로 우리나라와 3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미국 역시 올해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 10.1%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우리나라보다 적었다.
일본은 올해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오르면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7.9%를 기록했다.
◇금통위 어느 쪽에 무게둘까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최고치인 5.3%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발(發) 대외적 요인이 남아있어 쉽사리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가계부채 문제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부담이 커지고 동결하면 총량이 늘어날 수 있어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양날의 칼’이 됐다.
결국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요인과 동결해야 하는 요인이 함께 있기 때문에 금통위로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동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6%가 오는 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애널리스트는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내수부양책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좀처럼 선택하기 힘든 카드”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가계부채 부담이 크긴 하지만 총량을 줄이는 것만큼 이자 부담 등에 대한 안전망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