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에 따른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화와 현지은행 인수·합병 등의 다양한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권 해외진출 왜 필요한가?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현상으로 인해 은행의 성장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이 해외 진출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 같은 국내 은행간 외형경쟁이 계속될 경우 지난 1990년대 북유럽 3국의 금융위기나 일본의 '10년 불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국내은행은 외환위기 양과 질적인 면에서 급성장했으나 은행간의 비지니스 모델이 유사해 국내시장에서 과당경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에 대한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서도 은행권의 해외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우리나라 GDP의 해외 비중은 4664억달러로 45.1%를 차지했고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매출이 2094억달러로 91.2%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은행의 해외 순익은 4.8%인 3억달러에 불과해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외화 유동성 악화는 외화자금의 안정적 조달채널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국내 은행권의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더불어 은행권 수익의 분산을 위해서도 해외진출을 통한 투자 다각화가 실현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 해외진출 현황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200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0년말 128개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 수준(257개)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은행의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화지수(TNI)는 작년말 기준 3.6%로 다른 글로벌 은행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국내 최대은행의 기본 자기자본 규모의 경우 아시아 최대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의 6분의1, 세계 최대은행의 11분의1 수준이며 수익성과 비용 효율성은 아시아 최대은행과 세계최대 은행의 중간 수준이다.
특히 국내은행 해외점포 여신의 84%가 현지 국내기업, 국내 거주자 및 교포 관련 여신으로 해외점포 경영실적과 국내 실적이 연동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해외진출 철저한 준비 및 현지화 절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해외진출은 가장 먼저 해외점포의 현지화가 선행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국내은행이 기존 지점의 현지법인 전환을 다수 추진하면서 현지법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현지 고객비율 등 국내은행의 현지화지표는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설립 1년이 경과한 해외점포의 현지고객 비율은 2008년 63.5%에서 2009년 64.3%. 2010년 63.2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지고객비율 확보를 위해 현지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지화를 위한 해외 현지은행의 인수·합병도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권의 굵직한 해외 합병 사례는 1996년 신한은행의 미국 마린 내셔널 은행 인수 등을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해외시장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M&A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다한 진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은 작년 말 기준 128개의 해외점포를 개설했는데 국가별로는 중국, 미국, 홍콩, 베트남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향후 해외점포 개설이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현지에서의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해외진출 은행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국제화 전문인력의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