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차베스는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금광업을 국유할 계획이라며, 수일 안에 관련 법령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국유화 대상에는 채굴, 가공 등 금광업 전 분야가 포함된다.
차베스는 이번 조치가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120억~130억 달러 규모의 금매장량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의 이날 연설은 베네수엘라의 한 야당 의원이 전날 재정부 고위관료들이 해외 금융기관에 넣어둔 금의 90%를 본국으로 송환하려 한다는 문건을 공개한 뒤 이뤄졌다.
세계금협회(WGC)가 최근 낸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금 매장량은 365.8t으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은 차베스의 금광업 국유화 발표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8.8달러(0.5%) 오른 온스당 1793.80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레버 턴불 스코시아캐피털 이사는 "차베스의 발언은 이미 수년간 베네수엘라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것을 공식화한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랄프 알디스 US글로벌인베스터스프리셔스미네럴펀드 매니저도 공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금 자산 국유화는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 줄곧 이어져온 추세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이미 대부분의 광산업체들이 베네수엘라 사업을 포기한 만큼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차베스는 1999년 집권 이후 자원 국유화에 박차를 가해 이미 통신, 유틸리티, 석유산업 등을 국유화했다. 일각에서는 차베스의 금광업 국유화 조치가 에콰도르 등지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생산량이 적어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올 들어 26%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