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
그 이유는 정 의원의 재단 설립에 참여 비중 때문이다. 정 의원은 전체 설립기금 5000억원 중 40%인 2000억원(이중 1700억원은 주식)을 사재 출연한다. 여기에 정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출연하는 2380억원을 포함하면, 전체의 90%가 넘는다. 나머지 620억원 만이 KCCㆍ현대해상화재보험 등 범 현대가 기업 및 대표의 출연금이다.
정 의원은 3조원대 자산가이기도 하지만 밝힌 대로 1700억원을 출연할 경우 현대중공업 지분율 10.8%에 적잖은 변화가 생긴다. 단순 계산(출연금/시총)해 봐도 최소 0.6%포인트 이상 줄어든다. 단순히 사회공헌을 위해 내놓는다고 하기에는 엄청난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해비치재단의 경우 현재 총 1500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의 측근은 “이번 재단 설립은 대권 행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선친인 고(故) 정주영 전 회장의 10주기를 뜻깊게 기리는 동시에 ‘정치는 미래를 만드는 직업’이라는 소신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을 맡은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16일 설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원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업의 사명에 대해 고민해 왔다.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책(기업경영이념ㆍ1982)으로 쓰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정 의원은) 금액만 출연할 뿐 이사회 불참을 확고히 했으며 어떤 식으로든 영향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대권 도전을 감안한다면 이는 당연한 수순이다.
한편 정 의원은 내달부터 자서전 출간 및 지방대학 강연 등 바쁜 행보를 재개한다. 먼저 내달 6일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가진다. 또 시장과 자유 등 보수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도 낼 계획이다. 이와 맞물려 지방 순회 강연도 재개된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창업정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정몽준식 정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