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15일(현지시간) 구글이 이날 모토로라모빌리티를 현찰 12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아이칸을 살렸다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과 모토로라가 합의한 인수가는 주당 40달러로 지난 주말 종가에 63%의 웃돈이 붙었다. 이는 아이칸이 가만히 앉아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지분 가치를 10억7000만 달러로 3억6500만 달러 이상 늘렸다는 얘기다.
아이칸도 신이 났다. 그는 이날 낸 짧은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 3년간 모토로라모빌리티와 모토로라솔루션을 분리하고, 산제이 자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내기 위해 참 오래, 어렵게 싸워왔다"며 "구글과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합병은 모든 주주들에게 엄청난 결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춘은 구글이 아이칸을 구해줬지, 그가 모토로라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글이 아이칸의 손실을 그나마 덜어줘 이제 막 '본전'에 다가섰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7년 1월 모토로라 투자에 나선 아이칸은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34억2000만 달러 가량을 이 회사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지난 1월 모바일·솔루션 부문을 분리하기까지 그는 10억 달러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회사 분리 이후에는 관련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았다.
구글과 모토로라의 합병으로 아이칸의 지분 가치는 모빌리티(10억7000만 달러), 솔루션(12억3000만 달러) 등 23억 달러. 여기에 아이칸이 최근 판 10억 달러 어치를 합해도 그의 모토로라 지분 가치는 33억 달러로 투자원금에서 3.5%(1억2000만 달러) 부족하다.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모토로라 투자에 따른 아이칸의 손실률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적어도 두자릿수, 액수로는 7억 달러는 됐을 것으로 포춘은 추산했다.
한편 아이칸은 2006년 KT&G의 경영권 확보에 나서 국민기업 하나가 외국인에게 송두리째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먹튀논쟁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에겐 악명 그 자체인 아이칸이 결국 주가를 높여 주주들에게는 이익이 된다는 '아이칸효과'를 주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