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의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애플의 가처분신청을 받아 들이면서 9일(현지 시간) 내놓은 판정서의 일부분이다.
올 4월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싸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사사건건 삼성전자를 물고 늘어 지는 형국이다.
◆ 애플, 왜 삼성 흠집내기 멈추지 않나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년 만에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이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삼성전자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갤럭시탭 10.1은 디자인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경우엔 사실상 제품을 재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애플 고유의 것이 아니란 것이다. 애플이 갤럭시탭 10.1의 초반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설사 무혐의로 끝나더라도 애플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이다.
애플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 제품의 판매를 일정 기간 중단시키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이에 대해 독일의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트'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는 9일 국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을 상대로 한 애플의 특허권 주장이 너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한 유력 일간지는 애플의 태도를 '과대망상'(delusions of grandeur)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 삼성, 특허권 경쟁력 갖춰 강하게 나가야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삼성전자는 일단 뒤셀도르프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가처분 결정의 효력은 항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항소 재판은 4주 이내에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공식 성명을 통해 “삼성은 독일에서 계속되는 법적 절차들을 통해 즉각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지킬 의도를 갖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런 권리들을 계속 적극적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 예비 금지 신청은 삼성에 알리지 않고 접수됐고, 판결도 삼성으로부터 어떤 청문회 혹은 증거 제출 없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더불어 최대 시장인 EU에서 갤럭시탭 10.1이 암초를 만나게 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태블릿 판매 목표 750만대 이상 달성은 쉽지 않게 됐다.
삼성전자의 항소가 받아들여져도 새로운 판결이 나오는 한 달 이상 삼성은 제품 판매를 하지 못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은 이번 판매금지 결정에 대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에 호주의 판매보류 결정 이후 두번째 패배를 안겨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애플의 특허권 공세에 준비를 갖춰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김현종 연구위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떠 오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애플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기업도 삼성에 특허권 공세를 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로서는 특허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허전문가 영입·양성, 특허 조직 보강 등을 통해 글로벌 견제세력에 대한 수비(특허 소송 방어)와 공격(선제 특허 소송)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퀄컴에서 특허전문가로 맹활약했던 한인 변호사 유병호 씨를 상무급으로 영입, 최지성 부회장 직속 조직인 IP(지적재산권)센터의 기술분석팀에 배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유 상무는 지난 2008년 퀄컴이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와 3년이 넘는 특허권 분쟁을 벌일 때 퀄컴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