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최근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자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이 긴축의 고삐를 늦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일부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의 긴축으로 기준금리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금리인하 여지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흥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이(출처 WSJ) |
WSJ는 이날 중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5%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데다 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대응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타오동 크레디드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중국 통화정책당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며 "중국이 (지준율 인하 등을 통해) 글로벌 부양 노력에 동참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CPI는 이미 정점에 달했고, 식품가격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세계 경제의 침체 위험까지 고조되고 있는 이상 당장은 중국이 금리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10명의 애널리스트 중 8명은 올해 말까지 중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15명 중 10명은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부채 위기가 글로벌 증시를 무너뜨렸고,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로 아시아지역의 수출 수요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 이런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가격 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된 것도 긴축 속도를 늦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호주, 브라질, 인도 등 다른 신흥국들도 긴축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린 옹 RBC캐피털마켓 호주 경제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의 경우 내년에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호주 중앙은행(RBA)은 전례에 없던 세계 경제 위기를 맞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는 상황도 감내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 들어 금리를 5번 인상한 브라질의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연설을 통해 "그간의 금리인상 조치는 물가상승세를 적절 수준으로 수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6%를 넘더라도 내년에는 다시 목표치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