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알아주는 세상'에서 이 영화, 예전 우리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구조속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웃음과 감동의 코드로 풍성하게 채운다. 또한 영화에서 담고 있는 입시지옥의 현실이 지금의 한국과 너무도 닮아 있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재능이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해라. 그러면 성공은 따라온다." 교과서같은 이야기지만 '세 얼간이'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영화는 인도의 일류 명문대 임페리얼 공대. 매년 40만명이 지원하고 그중 200명만이 입학 가능한 대학이다. 하지만 학교는 이미 기계화가 된지 오래. 뜻도 모르고 외우는 암기 주입식 시스템과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교육을 강요한다.
학생들은 군소리 없이 잘 따르지만 한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유쾌하고 통쾌한 반란이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란초다스 샤말다스 찬차드. 입학첫날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임페리얼 공대의 신고식을 가볍게 물먹이고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를 매번 발칵 뒤집어놓는다.
'인생은 레이스', '인생에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지론으로 학생들을 다그치는 비루 총장에게 32년만에 등장한 란초는 아킬레스건이다.
란초와 그의 친구 라주와 파르한이 벌이는 총장에 대한 반란은 세 친구의 우정으로 똘똘 뭉친다. 하지만 공대를 원해서 들어온 란초와 달리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정해준 공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 들어온 파파보이 파르한과, 가난한 가족과 병든 아버지를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하려는 라주는 총장에게 당당한 란초와 달리 소심하고 무기력하다.
영화는 10년만에 자신들에게 친구이자 스승과도 같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사라져버린 란초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란초를 찾아가는 여정과 이들의 학창시절을 오가는 영화에서는 끊길 듯 이어지는 잘 짜인 이야기가 힘이다.
인도영화의 특징인 뮤지컬 장면도 흥을 불어넣는다. 뮤지컬 시퀀스는 흥겨운 음악과 배우들의 댄스 실력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마저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든다. 인도의 절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난한 집안을 묘사하면서 흑백필름을 삽입한 장면은 터지는 웃음속 슬픔까지도 담아내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발리우드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세 얼간이’는 인도에서만 811억원을 벌어 인도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2009년말 개봉해 전세계를 강타한 '아바타'를 침몰시킨 인도의 자존심과 같은 영화다.‘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2004)로 연출 데뷔한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세 얼간이'는 ‘Five point someone-what not to do at IIT!’라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소설은 인도에서 영어로 쓰여진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많은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소설의 작가 ‘Chetan 바가트’는 인도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이 소설로 타임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삼총사중 가장 동안인 란초 역을 맡은 아미르 칸은 한국 나이로 47세로 인도의 국민배우이자 흥행보증수표로 정평이 나있다. '발리우드의 송강호'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져있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전부터 네이버 평점 9.44을 기록하며 충무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인도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세 얼간이’는 학생들과 선생들은 물론, 꿈을 포기하고 삶의 무게에 눌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도 '마음의 비타민'이 될 듯하다. 오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