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강등 현실화…세계 경제 어디로

2011-08-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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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 리스크 시장에 선반영<br/>국채 수익률 급등 파장 더블딥 우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얼마나 될까. 시장에서는 일단 이번 사안이 새로운 재료가 아닌 만큼 파장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직후 호주 AO지수(왼쪽부터)-캐나다 S&PTSX종합지수-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WSJ)
◇美 등급 강등 리스크 선반영…시장 영향 제한적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이 더 이상 '트리플A' 등급을 보유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왔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9년 초 이미 투기등급(정크) 직전의 기업 수준으로 급등했고, 지금도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더 낮은 미국 치약회사 콜게이트보다 높다는 것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의 부도 위험을 반영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물론 결단을 미루고 있는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부채협상이 공전할 때부터 이미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NYT는 앞서 S&P를 비롯한 신평사들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돼도 미국 기업들이 'AAA' 등급을 잃을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했다. 더욱이 미국 기업들은 신용등급에 얽매이기보다 부채를 늘려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 'AAA'와 'AA' 등급의 차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80년대 초 미국에는 최고 신용등급을 가진 비금융기업이 60곳에 달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트리플A 기업은 엑손모빌, 마이크로소프트(MS), 존슨앤드존슨(J&J), 오토메틱데이터프로세싱(ADP) 등 4곳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과거 사례를 근거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980~90년대 트리플A 등급을 잃었던 호주, 캐나다, 일본의 경우 대개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다가 일부의 경우는 떨어졌고, 증시도 잠시 휘청였다가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받는 충격이 제한되는 것은 등급 강등이 한동안 예고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신용등급의 변화보다는 경제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도 주장한다.

◇美 국채 수익률 급등 후폭풍…더블딥 우려 고조
물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 국채 수익률을 띄어 올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간) 미 국채의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데 따른 보상 심리로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이와 연동된 회사채 수익률은 물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 고용 등 다른 경제 활동은 위축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자칫 더블딥(이중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미국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 수익률은 0.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늘어나는 자금 조달 비용은 1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로이터가 이날 발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 결과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지난 6월 조사 때의 2.65%에서 0.85%포인트나 떨어졌다.

하지만 로이터는 미국의 지불능력은 여전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S&P의 'AA+' 등급 정의는 "지불 의무를 매우 충분히(very strong)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AAA'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지난주 대규모 투매로 뉴욕증시가 폭락했지만, 미 국채는 랠리를 펼쳤다. 10년 만기 미 국채의 경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지난주 2.34%로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미 국채 수요가 다른 트리플A 국가로 이탈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미 채권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SIFMA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미 채권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인 35조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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