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 세계 증시와 외환 등 금융시장이 폭락하면서 현물 위주로 투기세력의 매입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현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공급이 식량안보와 맞물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원자재 '주춤'…휘발유·금 '최고가' 릴레이
지난 주말 국제유가는 사흘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의 불완전한 채무증액협상 타결과 남유럽 국가의 재정불안 등 경기불안요인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7.23달러로 7월말 3.32달러 하락했다.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및 브렌트유도 각각 5.53달러, 3.32달러 하락한 91.81달러, 113.44달러를 기록했다.
6월말 IEA(국제에너지기구)가 6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도 유가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이 쓰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4일 기준 ℓ당 1953.76원으로 전주 대비(1948.79원) 4.97원 올랐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4월5일의 1971.37원에 약 18원 가까이 근접한 것.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의 기름 값 인하 조치가 끝난 지난달 7일(1919.33원) 이후 28일 연속으로 올랐다.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금' 소매가격 역시 5일 기준 3.75g(1돈)에 22만5500원(부가가치세 10% 별도)으로 역대 최고 기록(22만3300원)을 갈아치웠다.
◆식량안보심화…'애그플레이션' 점입가경
국내 식량자급률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 곡물가 급등은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격탄으로 다가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6월 '식품가격지수(FPI)'는 사상 최고치(지난 2월 238)에 불과 4포인트 못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9% 가량 높아졌다. FPI는 육류, 설탕, 유제품, 곡물, 오일류 등 5개 항목 55개 상품의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대표적 육류인 돼지고기·닭고기는 중국과 인도의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각국 서민물가 안정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세계 수출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브라질 원당생산량이 올들어 25% 줄어 설탕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유제품 생산차질이 표면화되고 있다. 원유(原乳) 공급가 동결로 홍역을 앓아온 젖소농가가 잇따라 폐업하면서 유가공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재고부족사태가 이어진 옥수수, 쌀, 밀 등 주요 곡물의 가격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전세계 곡물 재고율이 2009년과 2010년 22.2%에 달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19.9%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곡물가격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특히 가축사료로 쓰이는 곡물의 수요가 '애그플레이션'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