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전월 14.4t에서 지난달 말 기준 39.4t으로 약 한달간 25t 늘어났다.
이는 그간 외환보유 정책에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온 한은이 상당히 진보적 성향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3000억달러를 돌파한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에 대해 포트폴리오 구성의 다양화를 주문해왔다.
이번 한은의 금 추가 확보로 한국의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위도 현 56위에서 45위로 11계단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금 매입은 외환보유액 전체 투자위험을 줄이고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금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등 고공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너무 늦게 금 매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부채상한 협상이 타결됐으나 여전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 때문에 강해지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금값에 거품을 불어넣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국제 갑값이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뒤늦게 뛰어든 한은은 손실을 감수하야 하는 상황이다.
한은이 시장과 엇박자를 보인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또한 수개월째 시장의 요구와 엇갈리다가 내린 결정으로 물가상승과 서민부채가 고점을 찍은 가운데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물가나 경기, 또는 한두 가지의 대외적인 변수를 놓고 금융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변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외환보유액 활용에 있어 적기를 놓쳐버린 한은의 행보가 지난날 기준금리 결정과 겹쳐서 한발 늦은 정책결정으로 비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한은은 정책의 ‘실기’ 논란에 전가의 보도와 같은 ‘다양한 정보 수렴’이라는 답변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 과정의 신속성과 적확성을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 보길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