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보다 생존’‥강남 물난리 후폭풍 불까

2011-08-0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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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쏟아진 폭우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산사태가 나고 아파트가 고립되는 등 ‘재해 안전지대’였던 한강 이남지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주거트렌드의 변화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물난리’ 충격이 당장 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반적인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도 한강변이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지만 집값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주거트렌드는 ‘웰빙’에서 ‘안전’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내진설계’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내진설계를 특장점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수해도 비슷한 계기로 작용해 배산임수 입지와 그린조망권, 수변 생태공원 인접 등 웰빙을 중시했던 수요자들이 앞으로 방수·배수인프라 구축과 단지 내 재해 피난처 여부 등 내실을 눈여겨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소득이 늘고 웰빙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차별적인 주거 공간을 찾는 수요자들이 산이나 강이 한눈에 보이는 그린조망권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안전트렌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저지대와 반지하방, 단독주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산 아래 위치한 주택들은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도 “강남권에서 이 정도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하다”면서 “외관이나 미적인 요소보다 구조적인 안전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초고층 건물에 쏠렸던 선호도가 용적률이 낮은 저층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주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에 남은 땅이 얼마 없기 때문에 택지개발지구 등 산을 깎아 조성한 단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주택을 매입할 경우 위치와 인근 절개지, 배수시설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벨트를 허물어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산 절개면에 옹벽을 대고 짓는 아파트 등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안전규정을 강화하고 기존 주택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여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원갑 소장은 “이번 사태를 전반적인 치수관리와 안전규정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경사지에 옹벽을 대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관행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강북 평창·성북·한남동 등에도 방배 전원마을처럼 산 아래 조성한 단독주택지구가 많아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그린벨트·임야를 풀어 만든 보금자리 등도 방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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