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물가잡기 시장원리를 지켜라

2011-07-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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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환 경제 부장) 가벼워진 장바구니에 기습폭우까지 서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6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2~3월 연속 2위를 기록했다가 4월 7위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5월 6위, 6월 4위로 다시 순위가 올라서고 있다. 썩 달가운 수치가 아니다.

정부도 물가 잡기에 안간힘이다. 물가 상승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4% 이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7월 물가상승률도 지난달과 비슷한 4% 중반 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도 물가는 여전히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야심차게 지정한 52개 ‘MB 물가품목’은 지난 3년간 무려 19.1%나 올랐다. 일반소비자물가 상승률 10.7%보다 약 2배나 폭등했다. MB 물가품목 가격상승률 1위는 돼지고기로 85.3%의 가격지수 상승률을 보였다. 뒤를 이어 마늘, 고등어, 설탕, 고추장 등 식탁물가 품목이 차지했다.

‘서민물가는 꼭 잡겠다’던 경제대통령 이명박 정부로서는 참 낯부끄러운 일이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팽창, ‘블랙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원자재와 국제유가 상승 등 ‘Out Of Control’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날뛰는 장바구니 물가에 지친 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다급해진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차관주재 물가대책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잡기 정책은 오히려 반(反)시장적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6일 유가 안정을 위해 대안주유소 방안을 내놓았다. 은근히 정유사에게 유가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체 주유소의 약 10%인 1300여 곳에 대안주유소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과점상태인 유류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비싼 서울 땅값을 감안하면 과연 몇 곳이나 가능할 지부터 의문이다. 전국의 1만3000곳의 주유소도 이미 포화상태다. 뿐만 아니라 대안주유소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에 최소 수익 보장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인 공정경쟁 룰을 깨는 꼴이다. 그 만큼 영세주유소는 파산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기 MB물가'인 10대 서민생활물가 비교 품목을 발표했다. 시내버스ㆍ지하철 등 지방공공요금 2개와 삼겹살ㆍ돼지갈비ㆍ 김치찌개ㆍ된장찌개ㆍ설렁탕ㆍ자장면 등 외식비 6개, 배추ㆍ무 등 채소류 2개 품목이다. 정부는 주요 서민물가 10개 품목의 시ㆍ도별 비교표를 공개해 지역 간 가격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시장 원리를 외면한 편의주의적 처방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정부가 2기 MB물가 10개 품목을 공개해 만족할만한 가격 잣대에 맞추겠다는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 무조건 누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엄포나 감시와 같은 강압적 처방보다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과 제도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유통구조나 제도개선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물가는 비웃듯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참에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한 소비자들의 덤터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더 묻고 싶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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