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저축은행 '후폭풍'에 떨고 있다

(아주경제 방영덕·김현철 기자) 저축은행 부실감사로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회계법인은 사법처리와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여 회계감사 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경영진이 저지른 수조원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부실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다인회계법인과 성도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다인회계법인 본사를 압수수색해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회계감사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인회계법인은 2002년 7월 이후 부산저축은행 회계감사를 맡아 왔다. 다인회계법인은 2009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이 은행의 계열은행인 중앙부산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에 대해서도 회계감사를 벌였다. 성도회계법인은 부산2저축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3조353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하는 과정 등에 다인회계법인이 공모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했던 삼일 등 다른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묵인한 것으로 밝혀지면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광주지검은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을 수사하며 안진회계법인 광주지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광주지검은 안진회계법인이 보해저축은행의 '맞춤식 회계감사' 요구에 따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게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비리 백화점'이란 말이 나올 정도지만 회계법인은 단 한 차례도 경고음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삼일회계법인이 대전저축은행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했을 뿐 이를 제외하면 한결같이 결산보고서에서 각 저축은행에 대해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이들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을 강도높게 물을 예정이다.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아예 금융회사의 외부감사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제한키로 했다.
　
또한 일정한 수준의 회계감사 품질을 확보한 회계법인만 상장기업과 금융회사의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감사인 등록제'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 180여명은 지난달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