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최근 모 방송사에서 집이 없는 서민들에게 무료로 ‘집’을 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에는 기존 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방식이었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달라진 집과 그 집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축가가 자신은 행복한 직업을 가진 것 같다고 한 말이 유난히 가슴에 남는다.
그는 “변호사나 의사는 사람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지만 저는 사람들이 행복한 순간에 만나기 때문에 정말 좋은 직업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기쁠 때는 물론 슬플 때도 같이 한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분노하고 있을 때, 행복할 때 등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이를 글과 영상, 사진에 담는다.
때문에 기자를 남의 슬픔과 억울함을 흥미꺼리로 만드는 사람이라며 불쾌해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은 물론 잘못된 정책과 제도, 사건을 바로잡기 위한 비판적 고발성 기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 감정을 가지고 피해를 입히기 위해 악의적으로 기사를 쓰진 않는다.
그것이 기자와 기사의 도(道)다.
이 도를 벗어났을 때 사이비라고 한다.
종종 기자들끼리 만났을 때 아쉬워하며 논의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하루쯤 사건 사고가 없어서 뉴스를 구성하지 못하는 날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것이다.
일하기 싫다거나 귀찮음에 빠져서 쉬고 싶은 것이 아니다. 매일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스스로가 힘겨워서다.
설령 사건 사고가 없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만 전하고 싶은 것이 기자들의 마음이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건 사고로 채워지는 뉴스. 하루쯤 하얀 백지로 나갈 수는 없을까.
기자들은 지금도 ‘오늘 뉴스는 쉽니다’라고 전하는 그날을 위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