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생하는 사고들
지난 15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밀양역으로 진입하던 KTX산천에서 연기가 나는 바람에 열차가 긴급히 정차하고 승객들이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김모씨는 “객실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해 승객들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으며 승무원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테크노마트 사무동(39층) 고층부에서 흔들림 현상이 나타나 수백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틀 뒤인 7일 ‘건물 구조에는 원인이 없다’는 긴급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건물 통제를 해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상행선이 15분께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김모 씨(30)는 "사고로 인해 출근 시간이 1시간정도 늦어졌으며 혼란이 가중돼 결국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 계속되는 사고에 '트라우마' 증세
테크노마트의 흔들림 현상에 많은 사람들은 15년 전인 1995년 6월29일 국내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삼풍백화점 사고를 떠올렸다.
당시 백화점에는 1500여명의 사람이 있었고 백화점 건물 한동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데는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502명이 사망에 6명 실종, 937명이 부상당했고 재산피해도 3000여억원에 이르렀던 대형 사고였다.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들은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트라우마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지속적인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증상이다.
정신과 진찰을 받은 삼풍백화점 생존자 680여명 중 절반 이상은 수면장애와 두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노마트 핸드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28)는 "사고로 인해 주위 매장 직원들 몇 명이 그만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산 1호 터널 화재 사건은 4년 전 호남터널에서 발생한 차량 추돌로 인해 5명의 사상자를 낸 기억이 더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시 740m에 달하는 터널의 출구 바로 앞에서 사고가 발생해 터널 안에 갇힌 운전자들은 무려 700여 미터를 거꾸로 달려 탈출해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이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다 보면 뇌 시스템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막연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면서 "사고가 많다보면 그런것들에 둔해져야 되는데 뇌는 더 예민해 진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런 사고로 작은일에 더 놀라게 되면 전체적으로 피곤·우울해지고 불안해지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는건 편히 살수 있는 뇌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