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금융감독 당국] 한국은행 ‘독립성’구조적 훼손 우려

2011-07-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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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6월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한국은행이 확보하려던 '한은 독립성'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한은은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사실상 물건너갔다. 또 한은법 상 재정부 열석발언권과 재의요구권도 한은의‘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7월 중 갖게 될 거시정책실무협의회에서 한은의 고유권한인 물가정책도 간섭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맹이’빠진 한은법, 통과해도 문제

한은의 금융회사 검사와 조사 권한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가까스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한은의 단독조사권은 배제됐다. 그것마저도 본회의 통과를 이루지 못하고 8월 국회로 이월됐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단독조사권이 삭제된 개정안은 통과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단독조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한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후퇴시킨 것이며 견제 기능을 약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의 최종대부자로서 단독조사권을 갖지 못하면 은행권의 정보획득에 뒤쳐져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정부-한은 실무협의회, 통화정책 간섭 우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첫 상견례에서 결의한 '거시경제실무협의회'는 월 1회 개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주열 부총재가 대표로 참석하게 되는 협의회는 현재 7월 중 개최를 놓고 구체적인 일자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와 한은간 협의회가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단기 업적과 성장에 치중한 정부에 중앙은행이 동조한다면 금융정책과 경제 자체가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화신용 정책의 중립성과 한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한은법의 취지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은 금통위의 독자적 금리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매달 1회씩 추진될 협의회는 기준금리발표 전후에 상관없이 한은의 기준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재정부 열석발언권·재의요구권도 독립성 저해

지난해 1월 8일 금통위는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 참여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재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의 행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법 91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1998년 한은법 실시 이후 정부는 열석발언권 행사를 극히 자제해 왔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이례적인 열석발언권 행사는 금통위원들을 기속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재경부 장관이 가지는 금통위 의결에 대한 ‘재의요구권’도 문제다.

한은법 제5장 91조 1항에는 재경부 장관이 금통위의 의결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상충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상징적이였던 재의요구권이 열석발언권 부활과 함께 실제로 행사될 수도 있어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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