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내놨던 5% 내외보다 0.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최근 주요 경제연구기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4% 초·중반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정부가 5%대의 무리한 성장을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을 0.5% 낮춘 것은 결국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것은 목표치가 아니고 전망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4.5%는 국내외 연구기관과 국제기구들의 전망과도 부합하고 실제 우리의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하반기 물가상승률도 당초 3%수준에서 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급등, 이상기후 등 공급측면의 불안요소는 사라졌지만, 하반기들면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근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에 편승해 인플레 기대심리까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반기 물가의 최대 복병인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차등요금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독과점 등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한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도 실시하기로 했다.
◆ 공공요금 차등요금제 등 시장친화적 물가대책 마련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인상폭은 최대한 줄이고 시기는 분산해 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기요금과 같은 불가피한 요금은 인상하되, 대신 공기업 원가절감 계획과 실적을 공개해 요금조정과 맞물리게 하겠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원료비 연동제나 겨울철 수요 급증을 대비하기 위한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도로 통행료에도 차등요금제가 적용된다. 시간대별, 주중·주말에 따라 차등화하고 주중보다 주말 요금을 비싸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중앙공공요금은 전기료, 통행료, 우편료, 열차료 등 일부만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날 지식경제부는 7월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지방공공요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역·품목별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인상폭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 이내로 제한한다.
농산물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고랭지·가을배추의 계약재배를 평년 생산량의 20%로 늘린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 다리 역할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맡는다.
공산품의 경우, 공정위가 매년 2개 독과점 산업을 대상으로 분석해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시장별 정책보고서’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 일하는 복지로 사회안전망 확대
정부는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기초수급자나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강화로 잡았다. 우선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부양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에 대해선 수급대상 소득기준과 최대 지급금액을 상향하기로 했다.
탈수급 이행급여 지급 대상을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외에 취업성공패키지사업 참여자로 확대하고, 자활사업 참여 수급자에게 제공했던 근로 인센티브를 일반 노동시장 참여 수급자까지 단계적으로 늘린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기준을 개선해 최저생계비 이하 빈곤층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약 2000억원을 투자해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기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자리를 늘리고자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개편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각종 제도를 고용 유인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올해 도입된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 한해 고용인원 1명당 1000만원씩 공제, 공제율을 1%로 제한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원안대로 공제율을 7%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을 추가로 채용할 경우 세제지원도 강화한다. 현행 13%인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을 2013년까지 30% 이상으로 늘리고, 대덕특구에 기술창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창업지원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