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과 삼성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모 전무가 내부 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임직원만 100명 안팎에 달한다. 그리고 이같은 징계는 그 수위와 범위가 더욱 깊고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콘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 역시 총 5명의 팀장 가운데 2명을 교체했다. 삼성 모든 조직을 감사하는 경영진단팀은 기존 이용호 전무가 삼성전자로 복귀하고 정현호 부사장을 수장으로 맞았다. 책임자의 직급을 높여 감사를 강화하라는 이 회장의 뜻이 담겼다. 아울러 그룹의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인사팀장에도 정금용 전무를 새롭게 선임했다.
이같은 강도 높은 인사가 이뤄진 후 각 계열사 임직원들은 피부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삼성 전자계열사의 모 팀은 최근 외부 기업 관계자들과의 저녁식사에서 삼겹살을 곁들인 반주만으로 자리를 마쳤다. 기존 2차, 3차로 이어지던 저녁 약속이 간소해 진 것. 이날 자리에 참석한 외부 관계자는 “접대부가 없는 노래주점으로 2차를 갈 것을 제안했지만 삼성 직원들이 난색을 표하며 곧바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모든 계열사로 퍼지면서 인근 상가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수원 영통 지역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모씨(46)는 “지난 7일 이 회장이 한마디 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예약 취소 전화가 몇차례 왔다”면서 “다른 회사 사람과의 약속 뿐 아니라 삼성 내부 회식도 크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법인카드 역시 개인적인 사용 여부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엄격해지면서 내부 모임에 대한 지출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업체들도 삼성의 부정척결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심에 빠졌다. 경기 남부에 위치한 한 삼성 협력업체 사장은 “애당초 접대문화에 부정적인 삼성이 깨끗한 조직문화를 천명하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기존 접대문화도 다소 수그러질 것”이라며 “다만 그나마 적었던 삼성과의 스킨십 기회가 더 줄어들면 가뜩이나 까다로웠던 납품단가나 품질기준이 더 강화될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