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과도한 산업은행 흔들기 자제해야

2011-06-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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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다가 고배를 마신 산업은행이 홍역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졸지에 국내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아이콘으로 등극하면서 각종 루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의 통합설은 꽤나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로 회자되고 있다.

개인 수신기반에 외환부문 경쟁력을 갖춘 외환은행과 기업금융이 주력인 산업은행이 합칠 경우 충분히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과 농협, 수협, 우체국 등도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은행과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꿩 대신 닭'이 된 외환은행을 비롯해 원치 않게 매물로 전락한 금융기관들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의 지분 매매계약이 아직 유효해 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힐 경우 또 다른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업은행은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중소기업은행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라는 독특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인수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개혁작업을 진행 중인 농협과 어업인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수협 등도 기관의 특성상 산업은행에 인수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우체국은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가 진행하는 각종 공적기금 지원사업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매물로 내놓을 리 만무하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성급한 발언도 언론과 시장의 '산업은행 흔들기'에 명분을 던져주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업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은행이기 때문에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고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당사자인 기업은행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의 초조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개인금융 영업력도 시급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외부의 입김과 내부의 설화(舌禍)가 겹치고 산업은행의 활로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자괴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직 내에서도 M&A를 통한 민영화를 지지하는 세력과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세력의 반목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57년 역사의 산업은행이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달성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일조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제 산업은행의 저력을 믿고 조용히 응원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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