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권 개편 작업이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의 통합 작업이 무산된 데 이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매각 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오는 29일까지 진행되지만 유효경쟁 성립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유력한 후보였던 산은지주가 고배를 마신 가운데 잠재적 후보로 분류됐던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도 우리금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사모펀드(PEF)나 외국계 자금이 LOI를 제출할 수도 있지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등 금융당국이 제시했던 우리금융 매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원활하지 않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산은지주를 배제하면서 시행령 개정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정무위의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여전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다음달 중 예비심사를 실시하고 9월께 최종 입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마땅한 인수 희망자가 없어 유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 공자위 임기가 끝나는 8월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공자위를 통해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수정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 방식도 일괄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궤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고위 인사는 “금융당국도 이번 매각의 성사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어차피 공자위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만큼 다음 공자위에서 새로운 매각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 매각의 법리적 근거인 국가계약법은 2번의 입찰을 실시한 후에도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할 경우 수의계약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입찰이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유찰이 된 입찰은 공식적인 입찰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매각 입찰을 실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분리매각 방식으로 팔릴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인수하고, KB금융지주는 증권 계열사, 신한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를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각각 우리금융 내 증권 계열사와 보험 계열사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가 좌초될 경우 우리은행 인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
지방은행 계열사 중 경남은행은 그 동안 인수를 추진해 왔던 BS금융지주(부산은행)나 DGB금융지주(대구은행)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은 지역 소상공인 연합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중국 공상은행 등 외국계 자금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서 손을 뗄 경우 산은지주가 새로운 인수 후보로 낙점될 공산이 크다.
이미 산은지주는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외환은행이 보유한 개인수신 기반과 외환부분에서의 경쟁력, 산은지주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금융이 결합될 경우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나금융에 반감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도 산은지주가 인수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점포망이 열악해 외환은행과 합쳐도 인력 구조조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론스타의 유죄가 확실해진 만큼 지분 강제매각이 이뤄진다면 국책은행이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 여론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무리해서 우리금융 매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경우도 론스타가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키로 해 법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